Dealroom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방산 기술(def-tech) 스타트업은 2026년 말까지 약 105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할 전망이다. 투자 자금은 중북부 유럽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는 글로벌 방산 기술 투자 지형을 이해하려는 한국 투자자와 정책 입안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방위 산업과 첨단 기술의 결합은 이제 글로벌 벤처캐피탈 시장의 핵심 테마로 자리 잡았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기술이 방위 분야에 접목되는 속도는 빨라지고 있으며, 유럽 내 생태계는 스칸디나비아와 독일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숙하고 있다. 반면, 투자 생태계가 아직 발달하지 않은 일부 국가들은 이 흐름에서 뒤처지는 모양새다.
유럽 방산 기술 투자 현황
Dealroom이 발표한 보고서는 유럽이 방산 기술 분야에서 빠르게 미국을 추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여전히 NATO 및 우방국 내 방산 벤처캐피탈 자본의 75%를 흡수하고 있지만,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2021년의 93%에서 크게 하락한 수치다.
유럽연합의 비중은 지난해 15%에서 21%로 상승했으며, CoinGecko가 아닌 Dealroom 데이터 기준으로 투자액은 22억 달러에서 54억 달러로 급증했다. 방산 기술은 이미 EU 전체 벤처캐피탈의 15%를 차지한다. 2025년의 비중이 6.2%였음을 감안하면, 불과 1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지역별로는 독일이 35억 유로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핀란드가 12억 유로로 뒤를 잇는다. 핀란드 투자액의 대부분은 위성 감시 기업 Iceye 한 곳에서 나왔는데, Dealroom에 따르면 Iceye의 기업 가치는 11억 유로에 달한다. 영국은 9억 3,200만 유로, 프랑스는 3억 7,600만 유로를 기록했다. 독일 방산 스타트업의 대부분이 집결한 뮌헨 지역만으로도 약 30억 달러를 유치했다.
기술 유형별로는 드론과 자율 시스템이 EU 전체 방산 펀딩의 74%, 영국의 77%를 차지한다. Dealroom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에서 무인 항공기 분야만으로 47억 달러가 유치됐다. 미국의 57%와 비교하면, 유럽의 드론 집중도가 오히려 더 높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EU의 방산 기술 전략과 글로벌 경쟁
다시 말해, 유럽연합은 미국과 중국에 뒤처진 기술 격차를 좁히겠다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 연두 연설에서 이 전략적 방향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현재의 투자 규모는 미국과 중국이 쏟아붓는 자본과 비교하면 여전히 격차가 크다.
AI 인프라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방산 기술 부문은 더욱 전략적 중요성을 띠고 있다. 유고슬라비아 내전 종식 이후 약 30년간 직접적인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던 서방 세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다시 한번 방위 역량에 주목하게 됐다.
현대전의 양상은 드론과 원격 제어 자율 시스템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술적 우위는 곧 더 정밀하고 효율적인 공격 및 방어 능력을 의미한다. 경제적, 지정학적 현실을 감안할 때, 기술과 방산을 결합한 분야에 자본이 집중되는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공산이 크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시사점
유럽 내 특정 국가들이 방산 기술 투자 흐름에서 뒤처지는 이유는 기술력 부재가 아니다. 혁신을 실제 기업 성장으로 연결하는 생태계의 미성숙, 그리고 방산 투자에 대한 공론장의 복잡한 시각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국 역시 세계적 수준의 방산 기술력과 K-방산의 수출 성과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벤처캐피탈 생태계와 방산 스타트업 연계는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다. EU가 논의 중인 공동 방위군 창설 구상처럼. 기술 역량을 집단적으로 결집하는 구조는 27개 회원국 모두의 방위 수준을 높이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방산 기술에 관심 있는 국내 투자자라면. 뮌헨과 헬싱키 중심의 유럽 방산 스타트업 생태계와 Dealroom의 향후 보고서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