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예금을 도입하는 흐름을 연일 보도해 온 가운데, 정반대의 시각에서 나온 경고가 주목받고 있다. 스위스국립은행(SNB) 정책이사회 위원이자 스위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세 사람 중 한 명인 페트라 추딘(Petra Tschudin)은 2026년 9월 30일 취리히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대규모로 채택될 경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전달 기능이 저해될 수 있다고 밝혔다. SNB의 스테이블코인 리스크 경고는 같은 기관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함께 고려할 때 더욱 의미심장하다.
과도한 경보로 읽히지 않도록 한 가지 먼저 짚을 필요가 있다. 추딘은 결제 혁신 자체에 반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합리적이다”고 평가했다. 그가 제기한 문제는 더 섬세한 층위에 있다. 그 혁신이 충분히 성공해 중앙은행의 핵심 경제 운용 수단을 빼앗아갈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는 것이다. 추딘이 직접 지목한 두 가지 구체적 메커니즘을 살펴본다.
첫 번째 메커니즘: 예금 감소, 신용 위축
첫 번째 위험은 경제학자들이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라고 부르는 현상과 관련된다. 가계와 기업이 시중은행 예금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상당한 자금을 이동시킨다면. 은행들은 자금 조달 기반이 줄어들고 실물 경제에 대출을 공급하는 능력도 감소하게 된다. 추딘은 이를 명확히 설명했다. 중앙은행은 경제 내 신용 공급량과 그 비용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는 필연적으로 전반적인 통화정책에 직접적인 파급 효과를 낳는다고 그는 말했다.
이 우려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SNB가 지난 7월 발간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도 탈중개화는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따른 주요 위험 중 하나로 이미 지목된 바 있다. SNB는 즉흥적인 경고가 아니라 수개월에 걸쳐 일관된 논리를 쌓아온 셈이다.

두 번째 메커니즘: 화폐 단일성 원칙의 균열
두 번째 위험은 개념적으로 더 미묘하다. 경제학자들이 화폐 단일성(singleness of money) 원칙이라고 부르는 것. 즉 1프랑은 언제 어디서 누가 보유하든 정확히 1프랑의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원칙과 관련된다. 추딘은 스테이블코인이 중앙은행 시스템 바깥에서 작동하는 만큼. “스테이블코인 프랑”이 언제나 실제 프랑과 동일한 가치를 보장받는다고 할 수 없으며. 바로 이 점이 화폐 단일성 원칙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대형 스테이블코인이 현행 2단계 금융 시스템과 지나치게 유리된 채 성장한다면, 중앙은행이 고유의 제도적 권한을 이행하는 데 더 큰 부담을 지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고 추딘은 경고했다. 따라서 이런 수단의 확산이 가속화하더라도 통화 당국의 영향력을 보호할 수 있는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그는 결론지었다.
두 가지 메커니즘 요약
SNB가 우려하는 것. 출처: 페트라 추딘, 취리히, 2026년 9월 30일
- 탈중개화: 은행 예금 감소, 신용 공급 위축.
- 화폐 단일성 훼손: “스테이블코인 프랑”은 항상 실제 프랑과 동일한 가치를 보장받지 못한다.
- 혁신 거부가 아니다: 추딘은 혁신 차단이 아닌 규제 체계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다른 중앙은행들도 공유하는 우려
사실, 이 경고는 단독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 유럽중앙은행(ECB), 뉴욕 연방준비은행, 국제결제은행(BIS) 등 여러 주요 통화기관들도 최근 몇 달간 매우 유사한 우려를 표명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 기관은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은행 예금을 대체하고.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 방식을 변화시키며, 통화정책 전달 메커니즘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 입장을 보인다. 이는 ECB가 스테이블코인 준비금 관련 MiCA 규정 개정을 제안할 당시에도 확인된 우려와 본질적으로 같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상업은행 간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가 한 부문의 충격을 다른 부문으로 전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국립은행(SNB) 자체도 디지털화폐 실험과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다. SNB는 도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테스트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중앙은행 중 하나로. 유로시스템의 Pontes 프로젝트와 개념적으로 유사한 흐름에 있다. 따라서 Tschudin의 메시지는 “블록체인 찬성이냐 반대냐”가 아니다. 중앙은행 화폐 시스템에 뿌리를 둔 혁신 형태를 선호하며. 그 시스템에서 지나치게 멀어지는 민간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명확한 선을 긋는다는 것이다.

더 넓은 시각으로 보기
이번 경고는 최근 몇 주간 우리가 추적해온 그림을 반대편에서, 그러나 보완적인 방식으로 완성해 준다. SoFi와 Citi 같은 대형 금융기관들이 스테이블코인을 금융 인프라 깊숙이 편입시키는 모습을 살펴본 뒤, 이번에는 이 변화와 공존해야 하는 중앙은행들이 왜 호기심과 제도적 신중함을 동시에 품고 이 흐름을 지켜보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관찰자 입장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두 가지다. 스위스부터 유로존, 미국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중앙은행들이 거의 동시에 같은 우려를 제기한다는 사실은, 이것이 고립된 견해가 아니라 글로벌 통화 기득권층 최상위에서 진정으로 공유되는 의제임을 시사한다. 또한 Tschudin이 명확히 구분한 지점. 즉 결제 혁신 자체는 합리적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중앙은행 화폐 시스템에서 지나치게 이탈하는 스테이블코인에는 선을 긋는 이 구분은. 앞으로 통화당국이 어떤 방향의 규제 틀을 구축하려 할지를 읽는 데 유용한 단서가 된다. 무차별적인 혁신 억제가 아니라, 중앙은행이 통제력을 유지하는 시스템 안에 혁신을 붙들어 두려는 시도다. 스테이블코인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스테이블코인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가이드를 참고하길 권한다.



